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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만 잘 이용해도

냉장고만 잘 이용해도

사례발표 내용

조강숙 / 서구 삼천동

저는 몇 년 전 독일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아직 음식쓰레기는 물론이고 재활용품조차도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독일은 아주 작은 종이조각 하나라도 확실하게 재활용하는데, 그 분리수거 시스템이 놀랍고 한편 부러웠었습니다.

마침 제가 살았던 곳은 그곳에 연구하러 온 외국인들이 모여사는 곳이었기 때문에 여러나라의 음식문화 등을 접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음식쓰레기에 대한 자기반성도 하게 되었는데요. 주방에 비치돼있는 쓰레기 통 중에 재활용품 전용으로 20리터 정도 용량의 노란색 통이 있었구요, 그 한 귀퉁이에 용량이 채 1리터도 되지 않는 큰 컵 정도의 통이 하나 붙어 있었는데 음식쓰레기 전용 용기라고 하더군요. 건물 밖에 재활용품, 버리는 쓰레기, 음식쓰레기 콘테이너가 있고 병은 색깔별로 따로 분리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병은 공병환불시스템이 잘돼있고 빈병 값도 비싸서 허투루 버려질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거의 매끼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어야 하는 음식문화인 탓에 식사준비를 하다 보면 매번 그 용기가 모자랄 뿐 아니라 식사 후 남은 음식까지 함께 버려야 하니까, 제가 들고 나가는 음식쓰레기 통은 항상 넘칠듯이 양도 많고 물기가 많아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들고 나가다가 다른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민망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들의 음식쓰레기는 대부분 조리과정에서 나오는 감자나 양파껍질이나 채소의 불필요한 부분들이었는데, 저의 쓰레기는 먹다 남아서 버리는 음식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나라마다 음식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요, 우리의 음식은 국이나 찌개 같은 국물이 많고, 반찬은 공동으로 먹기 때문에 상에서 먹다 남아 버려지는 것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식습관도 보면, 매끼마다 한 상 그득 차려놓고 먹는 것은 우리 밖에 없고, 대부분은 빵 한조각에 햄이나 고기, 샐러드, 스프 정도이기 때문에 버리는 것이 없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 코스타리카 등도 우리처럼 밥을 주식으로 하긴 하지만 반찬을 한 두가지로 간단히 먹기 때문에 역시 버리는 음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음식쓰레기를 줄여보려고, 일일이 시장 보기도 힘들고 생활비도 많이 든다는 핑계로 밥상을 많이 간소화하긴 했지만 원단 한국남자인 남편이 아침, 저녁은 한국식으로 제대로 먹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실천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비닐봉지에 담아서 쓰레기와 함께 버리게 되었는데 속으로 참 아쉽고 고민은 되었지만 혼자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있으려니 우리나라도 환경오염이라든가 쓰레기 매립 등의 문제로 음식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재활용품도 철저히 분리해 재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번거롭고 귀찮아서 잘 실천되지 못한 면이 있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생활화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이제 2006년도부터는 음식쓰레기 매립이 금지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넘치는 쓰레기를 감당하기 힘들어지겠지요. 이제부터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시작하면 2-3년 후면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생활화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흙누룩이라는 효소를 뿌려 거름으로 쓰는 가정도 있다고 하지만, 아직 널리 확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정이나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를 분리해서 비료 등으로 활용하는 업체도 있지만, 우리음식은 염분과 고춧가루 성분이 많아서 비료로 활용하기에 적절치 못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문제는 앞으로 전문가의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겠지만 우리 주부의 입장에서는 그 양을 될 수 있으면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음식쓰레기가 이처럼 많이 배출되는 것은 그만큼 물자가 풍부해진 데도 원인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무리 물자가 풍부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예전 우리 어머니 세대처럼 배춧잎 하나라도 버리지 않고 우거지를 만들어 먹거나, 쉰밥까지도 물에 씻어먹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겠습니다. 음식은 꼭 먹을만큼만 준비를 한다든가, 미리 식단을 짜서 꼭 필요한 식품만 적당량을 구입한다든가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식구가 많지 않고 아이들이 잘 먹는 편이 아니어서 나물 한근을 사서 해놓으면 며칠간 상 위에 오르다가 결국은 버리는 일이 많았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살 때 한근씩 사지 않고 반근씩만 샀죠. 서너가지 나물이나 채소를 조금씩 달라고 하니까 싫어하더니 이젠 채소 가게 아주머니도 으레히 반근씩만 담아줍니다. 그렇게 하니 먹다가 질려서 버리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렇긴 해도 냉동실에 오래 보관되었다가 버려지는 식품이 있게 마련이었는데, 요리도 해보지 않고 그냥 버려지는 재료가 가장 아까웠습니다.

나물이나, 고기, 생선 등을 살 때 백화점이나 할인매장 같은 데서는 투명한 비닐을 쓰지만 시장이나 노점에서는 검정 비닐봉투에 담아줍니다. 시장을 봐와서는 곧장 조리를 하는 때도 있지만 대개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몇 시간 후, 또는 다음날, 아니면 며칠 후에 조리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냉장고에 넣어둔 걸 깜박 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먹어보지도 못하고 상해서 버리는 경우도 있었구요. 고기 같은 것은 먹다가 조금씩 남은 걸 비닐봉지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두곤 하다가 어느날 열어보면 도대체 언제 넣어둔 건지 기억도 안나고, 그냥 먹기엔 웬지 찜찜해서 버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이게 다 돈 주고 산 건데 돈이라면 그냥 버리겠나?, 하는 자책을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에 건어물, 고기, 생선, 양념류 등 종류별로 따로 담고 용기에 담지 못하는 것은 투명한 비닐 봉지에 담아 될 수 있으면 납작하고 평평한 모양으로 만들어 차곡차곡 쌓습니다. 냉장고 문에는 커다란 메모지에 보관된 식품명과 날짜, 분량 등을 적어 놓습니다. 그리고 보관되었던 식품을 먹고 나면 지우지요.
국이나 찌개를 너무 많이 끓여 두세끼에 다 먹지 못하고 남은 것을 보관할 때도 투명한 용기에 넣어서 냉장실에 넣어 두고 꼭 냉장고 문에 적어 놓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꺼번에 정리하려니 시간도 걸리고 힘이 들지만 일단 해놓으면 새로 넣을 때마다 그때그때 적기만 하면 되니까 번거로울 것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용기에 직접 포스트을 붙였었는데 습기 때문에 잘 떨어지고 해서 종이 한 장에 모두 적어 냉장고 문에 붙여놓으니 전체를 한 눈에 파악할 수도 있어서 훨씬 낫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음식쓰레기가 줄 뿐 아니라 당장 조리가 가능한 식품재료로 무엇이 있는지 항상 파악이 되니까, 있는 줄도 모르고 또 사는 경우도 없고, 식사 메뉴를 정할 때도 있는 재료에다가 한 두가지만 더 사면 음식을 만들 수 있으니까 불필요한 지출을 삼가게 되니 가계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시작해 보세요.